이름 : 반석 번호 : 24
선지자선교회
게시일 : 2005/03/21 (월) PM 02:24:53 (수정 2005/03/21 (월) PM 02:25:29) 조회 : 56
■ 목회와 신학
부산서부교회 주일학교
흰 종이에 예수님을 그립니다.
교육학자들의 이론에 따르자면 사람은 태어나서 두 살이 될 때까지는 거의 동물적인 감각에 의지해서 살아간다고 한다. 그 후 일곱 살에 이르기까지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깨닫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초등교육을 마치는 14세가 되면 기본적인 사고의 틀은 거의 모두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싶어 하고 또 무엇이든 나타내 보이려고 애쓴다. 알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 시작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읽기와 쓰기를 배우면서부터는 문자화된 모든 것을 통째로 믿어버리는가 하면 꼬치꼬치 이치를 따지기도 한다.
이러한 어린이들의 모습과 성품을 사람들은 곧 잘 흰 종이에 비교한다. 흰 바탕 위에 노란색을 칠하면 노란종이가, 파란색을 칠하면 파란 종이가 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따라서 그들의 장래가 크게 달라진다는 말이다.
교회는 일찍부터 백지 같은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심어주고 선과 악에 대한 성경적인 표준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해 왔다. 한국교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교회마다 주일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학대학마다 소위 ‘기독교 교육’을 가르치는 학과를 설치해 놓고 있다. 이를 위한 교재나 보조기구를 판매하는 상점도 여러 곳 눈에 띄고 전문 잡ㅈ지만도 서너 가지에 달하고 있으며 교사들을 위한 강습회도 심심치 않게 열린다. 이만 하면 기독교 교육에 있어서 최소한 후진국은 면했다고 자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내고 보면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유년기 교육, 특히 기독교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은 많이들 하지만 실천을 위한 배려는 말을 따르지 못한다. 목회자들은 유년주일학교 사역에는 별로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아예 노골적으로 “어린 아이들을 가르쳐 봐야 교회 자원으로 남는다는 보장도 없는데다가 교회를 유지하고 위한 재원은 장년으로부터 나오는데 애써 어린이 사역에 매달릴 필요가 있겠느냐” 는 주장도 펴기도 한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어느 교회는 전체 예산 1억 여원 가운데 주일학교 예산은 3%인 3백만원에 불과해 여름성경학교를 치르고 나면 교사들이 주머니를 털어 주일학교 운영해야 할 형편이다.
정말 유년 주일학교 사역은 비경제적이며 비효율적인 사역인가? 교회 기관들 가운데 구색이나 맞추는 미미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 어린이부를 통한 교회 성장은 불가능한일일까? 이러한 의문들에 대하여 부산 서부교회의 사례는 좋은 반증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 교회의 사역은 유년주일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최대의 자원이 투자되고 있으나 장년부의 사역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병행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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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주일학교
부산직할시 동대신동에 위치한 부산 서부교회는 약 45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교회는 순교자 손양원 목사의 아우인 손이원 목사가 개척했다.
이 교회가 현저한 발전을 시작한 것은 1951년 현 당회장인 백영희 목사가 부임하면서 부터였다. 당시 장년층 신도가 약 40여 명, 주일학교 학생이 70여 명 정도이던 교회에 부임한 그는 오늘날까지 ‘어린이의 성장이 곧 교회의 성장’ 이라는 단순한 목회 방침을 고수해 왔다. 현재 장년부 출석인원이 약 4천명, 중고등학생이 약 2천명, 주일학교 학생들이 약 7천명에 달해 1백배 가량의 성장을 보인 셈이다.
이 교회는 기관 구성에 있어서도 독특한 면모를 보여 주는데 일반 교회와는 달리 주일학교, 중간반, 장년층을 대상으로한 남녀전도회가 기관의 전부이다. 주일학교는 미취학 아동에서부터 국민학교 6학년까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중간반은 다른 교회의 중고등부에 해당한다.
교회 전체의 신앙적인 분위기는 극히 보수적이며 남녀 구분이 엄격해서 부부라 할지라도 나란히 앉아서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주일에는 교회와 하나님께 온전히 헌신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물론 이날은 일체의 금전 사용이 제한된다. 이러한 교회의 특성들을 열거하는 것은 그에 대한 이해를 전제하고서야 비로소 서부교회 유년주일학교의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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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부터 6학년까지 모두 합반
서부교회 유년주일학교를 처음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특이한 교육방식과 조직을 보고 놀라게 된다.
우선 반을 나누는 기준이 보통 교회와 다르다. 보통의 교회들이 일반 학교의 교과 과정에 맞추어 1학년, 2학년 따위로 구분하는 것과는 달리 이 교회에서는 한 학급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심지어 미취학 어린이까지를 모두 수용한다.
학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것은 오직 누가 그 어린이를 전도했느냐 하는 것뿐이다. 다시 말해서 한교사가 전도한 아이들은 나이나 학년, 성별에 상관없이 그 교사가 맡아 가르친다. 한 학급은 평균 50명 정도로 구성되고 이 인원을 넘으면 기회를 보아 한 학급 당 3~4명 씩 배치되어 있는 보조 반사에게 분반시킨다. 이 반이 무사히 독립할 때까지 분반시킨 모(母)교사가 지속적으로 관리함은 물론이다.
나이도 다르고 지능도 다르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현저하게 다른 어린이들을 어떻게 한자리에 앉혀 놓고 가르칠 수 가르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하여 유년주일학교 총무 장영목 전도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하나남의 말씀이 세상 학문과 다른 것이 바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하나님 말씀은 누구나 다 들어야 하고 또 들을 수 있습니다. 말씀을 깨닫게 하시는 분은 우리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장년반을 생각해 보세요. 학력 수준도 차이가 나고 신양 연륜도 다르지만 말씀을 들을 때 은혜는 똑같이 받지 않던가요? 우리는 그 원리를 어린이들에게도 적용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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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울 때까지 묻고 답하고
반편성에서 충격을 받은 방문객들은 예배 프로그램에 한 번 참석해 보고 나면 더 큰 충격과 자극을 받게 된다. 보통 주일의 경우 오전 예배는 정확히 8시 30분에 묵도로 시작한다.
다음은 찬송시간, 어린이용 찬송곡이나 찬송가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장년부용 찬송가를 같이 사용한다. “내가 매일 기쁘게”, “인애하신 구세주여” 등 어른들의 애창곡은 동시에 서부교회 어린이들의 애창곡이기도 하다.
찬송이 끝나면 일반 교회의 설교에 해당하는 부장 교사 통반(統班)시간이다. 이때 사용하는 교재는 특별한 공과책이 아니라 지난 주일 당회장 목사의 장년부 설교를 간단히 요약 인쇄한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이 전부이다. 내용은 주로 성경을 풀어 가르친 것으로 장로교 신조와 교리를 골자로 하고 있다. 원래 어른들을 대상으로한 설교를 요약한데다가 교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어려운 단어와 표현들이 적지 않게 섞여 있다. 예컨대 ‘피조물’, ‘단일 통치’, ‘인본주의와 신본주의’, ‘물질주의’ 따위의 말이다. 아무튼 부장 교사는 교재 내용에 과다한 설명을 붙이지 않은 채 차근차근 가르쳐 나간다. 대개는 문답법을 이용하는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이다.
“오늘 제목이 뭔지 말해 보세요.”
“우리에게 주신 큰 구원!”
“에베소서 1장 3절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직책은 모우 몇 가지?”
“세가지!”
“첫째는?”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에 화평을 이루는 제사장직!”
...
이러한 질문과 응답은 오전 예배를 드리는 동안 교과내용 전체를 훑어가면서 열 차례 가까이 반복된다. 큰 소리로 문답을 주고받느라고 교사들의 목소리는 벌써 탁해지기 시작한다. 통반에 이어서 이번에 분반공부. 분반 공부의 내용도 통반 공부와 조금도 틀리지 않고 똑같다. 전체적으로 가르쳤던 내용을 작은 단위의 집단으로 나누어 한 번 더 가르치는 것이다. 각 반을 담임하고 있는 교사들은 이미 교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외우고 있다.
헌금(그들은 ‘연보’라고 부른다)을 드리는 것도 분반 공부 시간에 할 일이다. 분반 공부를 마치고 나면 다시 부장 교사가 앞에 나가서 전체를 대상으로 오늘 배운 내용을 되짚어 묻고 점검한 후에 기도를 드리면 예배는 모두 끝난다. 이러한 예배 순서와 기본적인 프로그램은 오후 에배 때에도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오전에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복습한다. 이때 쯤 되면 교사도 어린이들도 교재 전체를 달달 외울 정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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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회, 발표회 없는 행사계획
프로그램에 있어서 다른 특징은 말씀을 공부하고 외우도록 하는 것 외에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사가 재미있는 동화를 들려주는 일도 없고 찬송을 부르며 율동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교회 어린이들 같으면 오후 예배 후엔 그림을 그리거나 공작을 하는 등 특별 프로그램을 가질텐데 이 교회에는 오로지 말씀뿐이다.
영화를 보여 주거나 교사의 인도로 신나는 게임을 하는 것은 더구나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서부교회 주일학교 운영안(案) 예배조(條)는 이점에 대하여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하나님 중심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그 뜻을 위주로 하고 학생들이 기뻐하는 아동 심리 위주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신은 유년주일학교의 연간 행사 계획 가운데 잘 반영되어 있다. 이들은 아유회, 성경 퀴즈대회, 발표회 등 부수적인 행사는 전혀 계획하지 않고 오직 하기 아동성경학교와 성탄절 기념행사만을 치룰 예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경학교가 끝나는 날 아유회를 갔었지만 몇 가지 이유가 있어 그나마 있던 특별행사도 사라지고 말았다. 장영목 전도사는 그 까닭을 구체적인 도표까지 제시하며 설명한다.
“여기를 좀 보세요. 우리가 1981년까지는 하기 아동성경학교를 끝내고 아유회를 갔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야유회를 다녀오면 사람이 대폭 줄어요. 성경학교가 끝났으니 한명이 늘어도 늘었어야 하지 않겠어요?”
실제로 그가 지적하는 부분에는 야유회를 전후해서 심각한 인원이 차이가 있었음이 수치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다음 해에는 비가 많이 와서 야유회를 갈 수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막상 성경학교 다음 주일이 되었는데 인원이 오히려 늘어난 거예요. 이런 일을 몇 차례 더 겪고 나서 목사님께 야유회를 없애자고 건의해서 허락을 받았습니다.”
야유회가 없어진 성경학교는 주일 프로그램 가운데서 평성에 다시 한 번 반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공과를 추려내어 가르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며 성탄절 행사는 성경암송대회, 합창, 합주 등 세 가지가 전체 프로그램이다. 결국 이 교회는 ‘ 철저한 말씀 중심주의’ 에 입각해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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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주업, 집장은 부업
위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철저한 말씀 중심주의’가 서부교회의 성공적인 발전에 토대를 제공했다면 그 위에 골격을 세우는 역할을 담당한 것은 역시 ‘교사’ 라고 할 수 있다. 서부교회 주일학교의 조직은 매우 단순해서 교장 1명(당회장 목사), 부장 6명(장로 3명, 집사 3명), 총무 1명, 임시 서기 10명, 교통지도 50명이 7천여 학생들을 위한 관리를 맡아 본다.
실제로 아이들과 부딪혀서 교육을 맡아보는 교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이미 학생들을 전도해서 가르치고 있는 교사로서 이들을 ‘원반사’ 라고 부른다. 또 다른 종류의 반사는 ‘보조반사’로서 원반사를 도와서 어린이들을 돌보게 된다.
현재 서부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사는 보조반사를 포함해서 총 1천여 명에 달한다. 전체 학급수가 6백개 학급이니 1개 학급당 반사가 1.7명꼴인 셈이다. 서부교회의 반사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백영희 목사는 자신의 신앙, 기도, 그리고 심방을 꼽는다.
교사들의 말에 따르면 백 목사는 평소에도 “반사직은 우리의 천직이요 주업인 것을 알고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목숨을 다해서 죽도록 충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신앙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권면한다고 한다.
반사들은 원칙적으로 주일 대예배, 삼일. 오일 예배, 새벽예배 등 모든 집회에 꼭꼭 참석해야 한다. 교사들을 위한 수양회나 강습회가 전혀 없는 서부교회 형편에서는 집회마다 나오는 당회장의 메시지가 가장 좋은 훈련 교범이 된다.
특히 주일날 오전 예배의 설교는 다음 주일 공과가 되므로 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곧 공과를 미리 준비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한편 반사들은 자신이 가르치는 어린이, 혹은 전도한 어린이들의 명단을 수첩에 적어두고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 기도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주중에 기회가 닿는 대로 학생들을 심방해서 학생들의 고민을 듣는다. 특히 토요일 오후와 주일 오전. 오후의 심방은 반사들의 의무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힌다.
일반 교회들이 연초에 반사를 임명하는 것과 달리 서부교회의 반사 임명은 연중 무휴, 어느 때고 가능하다. 보조반사가 어린이들을 전도해서 그 수가 5명에 이르면 바로 원반사로 임명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그는 독립적으로 자기 학생들을 키워 나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서부교회 반사들의 선발과정, 학급 관리의 비결 등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이런 도식적인 분석보다는 차라리 한 교사가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추적해 보는 것이 더 정확한 개념을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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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보다 바쁜 반사의 주일
서문행씨는 직함이 많이 따라 다니는 사람이다. 우선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직책이 있고 회사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고 있으니 그에 따르는 직함이 있다. 교회에 가면 장로라는 직함이 따라다니고 주일학교 부장이라는 감투가 그의 것이다. 그러나 서 장로는 이 모든 직함보다는 오히려 ‘반사’로 불리워지길 바란다. ‘반사’라는 직책이 장로보다 값지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일이 정신없이 바빠도 반사직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면 무리해서라도 시간을 내곤하는 까닭도 그 일이 너무 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일주일은 온통 주일학교 어린이들 생각으로 채워진다. 그는 당회장이 항상 주장하는 자기의 신앙 관리, 기도, 그리고 심방의 3대 요소를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한다.
꼬박꼬박 참석하는 새벽 기도 시간에 그는 자기 반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한다. 수요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은 심방하는 시간.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묻기도 한다. 지난 주에 배운 공과를 잊지나 않았는지 점검해 보기도 하고 부모들과 만나 가정형편이나 나쁜 친구를 사귀는지의 여부를 묻기도 한다.
서 장로가 담당하고 있는 학생은 국민학생이 70명, 중고등 학생이 40명해서 모두 110여 명이다. 이 인원을 한 바퀴 다 돌자면 서너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심방은 토요일 오후에도 계속된다. 남들은 회사 일로 바쁘고 피곤한데 쉬지 않고 쓸데없는 일만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반사가 주업이고 직장이 부업이라고 생각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주일 오전 4시, 평일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새벽기도를 마치고 30분 정도 더 기도한다. 이 시간이 어린이들을 위해 가장 집중적으로 기도하는 시간이 된다. 집에 돌아가 간단한 식사를 마치곤 바로 심방에 나선다. 이때가 오전 6시.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가정들이 있지만 심방은 무차별이다. 간혹 TV에 정신이 팔려 교회로 선뜻 따라나서지 않는 꼬마들의 있으면 큰소리로 야단을 치기도 한다. “TV보다가 학교는 가면서 왜 교회는 못나와!”
8시 20분 쯤 심방을 마치고 불러낸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교회로 내려온다. 이때쯤 되면 다fms 반 반사들도 심방을 마치는 시간이라서 교회 앞은 일대 혼란을 이룬다. 반사 한 사람마다 적게는 5명, 많으면 40~50명씩 데리고 골목 골목마다 쏟아져 나오는 장면은 장관이다. 교사가 마치 마술피리라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8시 30분 예배가 시작되면 1기간 동안은 아이들과 더불어 소리 지르지 않을 수 가 없다. 교회 안은 함성에 휩싸여 버린다. 9시 30분 주일학교 예배가 끝나면 바로 아이들을 바래다 주고는 이내 중고등 학생 심방에 나선다. 이들을 데리고 대예배에 참석하면 오전 10시. 예배가 끝나는 11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가 주일 가운데 가장 한가한 시간이다.
이 시간에 식사도 하고 오후에 갖는 반사회의 때 보고할 자료를 정리하기도 한다. 오후 2시부터는 주일 오후 예배에 참석해야 한다. 모든 예배는 반사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이 시간에 열심히 말씀을 들어 놓지 않으면 다음 주일에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3시 30분부터 반사회의에 들어간다. 오전 통계가 발표되고 우수반, 모범반이 선정된다. 우수반이나 모범반이 되어도 무슨 상품이 있는 것이 아니고 박수나 한 번 쳐줄 뿐이다. 4시 오후 심방에 나서면 계속 어린이 오후 예배, 중간반 예배를 마칠 때까지는 자기 시간이 없다. 우후 7시, 잠시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곤 내쳐 교회로 간다. 오늘 설교를 다시 들으며 연구하는 ‘재독’에 참가하기 위해서이다.
재독을 마치고 대부분은 다른 반 교사와 산기도 하러 떠난다. 어떤 이는 “그러면 가족들과는 언제 같이 지내지요? 식구들이 싫어하지 않나요?” 하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서 장로의 가족은 부인도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도 모두 반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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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교회가 돌보는 어린이
서부교회 주일학교의 성장 사례에 있어서 위에서 살펴본 주요 원인 외에도 많은 부수적인 요인들을 찾아낸 수 있다. 우선 목회자가 소신을 갖고 모든 목회의 방향을 주일학교 교육에 집중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백 목사는 종종 “주일학생은 새 기계, 중고등학생은 중고 기계, 장년은 고물 기계이다. 사기도 쉽고 잘 돌아가는 새 기계를 구입해야 성공하는 것처럼 주일학교의 부흥은 곧 교회의 부흥과 이어진다”고 말한다. 목회자의 이러한 소신은 교회 전체에 파급되어서 모든 성도들이 주일학교에서 일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알고 기뻐한다. 보조반사 지원자들이 계속 줄을 서고 있고, 72세 된 노인이 반사를 맡아보고 있는 것이 모두 이것 때문이다.
이교회에서 반사들이 갖는 위치가 얼마나 절대적인가는 감사헌금 봉투에 써넣은 감사제목을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보조반사 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일학교 학생들을 전도하게 해주심 감사.”
“ 반사 활동에 더 충성하게 하소서.”
“반사 직분 귀한 것을 깨닫게 하심 감사.”
“반사 직책에 충성하는 남편 되기를 원합니다.”
주일학교 조직을 방만하게 운영하지 않고 관리 요원을 최소화한 것도 돋보이는 점이다. 7천명 어린이와 1천명 교사가 좁은 공간에 뒤섞여 있고 더구나 그 어린이들이 부산 전역에서 몰려온다는 점을 기억해 보자. 문제가 한둘이 아님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이 단순히 물 한 그릇 먹기 위해 몰려나온다 하더라고 교사 열댓 명으로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쉬 짐작이 간다. 그런데 교사를 겸한 사람을 제외한 순수한 관리요원이 1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일학교의 행정적인 면을 돕고 반사들을지원하는 업무는 주로 서기부에서 담당한다.
이들은 미아를 보호하고 부모를 찾아 주며 교사들에게 필요한 출석부, 교재, 요절카드, 이름표 등을 나누어 준다. 예배 후에 인원통계를 내고 헌금. 요절 등을 따져 모범반. 우수반을 선정하는 일도 이들 차지. 인원이 워낙 많다보니 이 일만으로도 벅차다.
그러나 서기부의 수고 덕택에 더 많은 교사들이 학급을 맡을 수 있고 그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계속 묻고 응답하게 하는 교수 방법과 반사에게 학급의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을 위임한 것도 효과적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질문과 어려운 교과 내용이 어린이들을 식상하게 할 듯 보였지만 뜻밖에도 그들은 교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답변하기에 여념이 없다. 문답법이라는 교수방법이 어린이들을 강의의 복판으로 끌어들이는 작용을 한 것이다.
반사들은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부터 집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책임을 맡고 있으므로 잠시라도 어린이들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예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아이들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교사, 집에서 데려오고 길 건널 때 손 잡아주는 교사, 이런 교사상이 어린이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였다.
이날 서부교회의 주일학교 운영 상황을 견학하러 왔던 부산 어느 교회의 정미봉 씨는 “객관적으로 볼 때에는 교육이 안될 만큼 소란하다. 그러나 환경을 뛰어넘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하는 교사의 능력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교사가 정위치를 지킬 때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짐을 배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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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분교, 복음의 전진기지
이제 서부교회 주일학교는 제 2의 도약을 위해 몇 가지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구체안 가운데 하나가 주일학교 분교의 설치. 부산의 각 지역에 분교를 설치해서 그 지역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전진기지로 삼고 장차 지교회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 계획은 지난 83년부터 이미 착수되어 그해 9월 괴정에 첫 분교를 열었다. 그 후 금년 까지 아미동과 감천동, 괴정동에 각 2개소를 비롯해서 총 30개의 분교가 이미 설립되었다. 분교 설립을 위해서 전교인이 4억원의 헌금을 작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서부교회의 활동은 많은 교회에 알려져서 매주 주일학교 관계자들의 견학이 끊이지 않는다. 그들은 서부교회 주일학교의 면면을 살펴보고 많은 도전과 자극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체제를 자신의 교회에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는 가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한다.
서부교회 교사들은 “그대로만 하면 꼭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대로 하기까지 겪어야 할 갈등과 충돌이 두렵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그들이 저어해 하는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오랜 시간 유지되어온 전통이나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서부교회의 제도가 전적으로 옳다고도 장담할 수 없으며 시행 후에 같은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부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몇 가지 주요한 장점들은 도입.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오락성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복음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든가 주일학교 교육에 더 큰 비중을 두어 본다든가 하는 정도는 언제든지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제2의 서부교회, 제 3의 서부교회는 어느 곳에나 생겨날 수 있다. 서부교회에 간섭하신 하나님은 어느 곳에서나 동일하게 간섭하시고 세상의 모든 어린이의 마음은 한결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