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음본과 필기본
선지자선교회
녹음기가 없던 시절에는 백영희목사님의 설교를 노트에다 필기를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 설교록을 가지고 이다음 목회를 나갈 때 목회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군대 가기까지 필기한 노트 수량은 대략 100여권 정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제대를 하고 다시 필기한 노트가 150여권 정도 되어서 총 합하면 300여 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군복무 말년에는 군 입대 전까지 필기한 노트를 박스에 담아서 부대 내무반 관물대 아래에 넣어두고 시간이 나는 대로 설교 날짜와 성경본문과 제목을 성경순으로 정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청년들 중에 장차 목회를 소망하는 청년들이라면 대체로 이렇게 열성을 가졌습니다.
설교를 열심히 필기를 하던 중에 몇몇 분들은 그 당시 귀한 일제 녹음기를 구입하여 필기와 동시에 녹음하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 시절이 몇 년 지나서 1979년 중반부터는 교회에서 강대상 밑에 앰프실을 두고 설교를 녹음하였고 그 녹음한 테이프를 가지고 타자를 쳐서 백영희목회설교록이 발간되었습니다.
필기를 하면 아무리 빨라도 설교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설교의 문맥은 중간 중간에서 끊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한 단어의 음성도 빠짐없이 그대로 설교록 책이 발간되니 기쁘기 짝이 없었고 가슴이 벅찼습니다. 이렇게 설교록 책이 나오다 보니 그렇게 적극적으로 필기하던 그 열정이 아무래도 식어졌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필기는 아무리 애를 써도 설교를 다 받아 적지 못하는데 발간되는 설교록은 한 자도 빠짐없이 설교 그대로 책이 되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백영희목사님께서 설교하신 것을 교회에서 직접 녹음한 것이 1979년 7월부터 1989년 8월까지이니까 근 10년 분치입니다. 총 설교하신 수는 주일 오전 오후예배와 수 저녁 예배와 금 저녁예배와 새벽기도와 금 지권찰회와 교역자회와 목회자양성원 경건회 설교 등으로 해서 약 5,000 설교 분량이 됩니다.
이 5,000 설교록을 전부 다 재독을 한 분은 아마도 없을 것으로 여겨봅니다. 그러함은 말 그대로 5,000 설교라는 방대한 분량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녹음본 설교록 5,000권을 근원 자료를 삼아서 조직신학을 집필하여 보았습니다. 그 기회를 통하여 이 녹음본 5,000 설교에는 조직신학을 정리할 수 있는 모든 교리가 총 망라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조직신학을 정리하는데 빠진 교리가 있었다면 필기본에서 찾아보려고 하였을 것이고 그것도 모자라면 다른 분이 필기한 것에서도 찾아보려고 한 번 쯤은 애섰을 것입니다. 그러나 녹음본 5,000 설교에서 모든 교리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설교를 하셨기 때문에 구태여 필기본 설교록까지 찾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백영희목회설교록을 근원자료로 삼아서 조직신학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백영희목사님의 설교록에 있는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의 교리가 전반적으로 담겨 있는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부분적으로는 잘 아는 분은 많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파악하는 분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렇게 여기는 것은 요즈음 이말출권사님의 필기본을 가지고 논란이 있는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말출권사님의 필기본은 녹음본에도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중이 되기 때문에 소용이 없을 것이고, 녹음본 이전에 필기본을 말하는 것일 겁니다. 녹음본 10년치 5,000 설교 안에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조직신학을 정리할 근원 자료가 될 만큼 그 자료가 총 망라되게 풍부하였다는 것을 말씀 드린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말출권사님께서 필기한 노트 자료를 물려받아 보관한 교역자로부터 그 자료를 순순히 받아서 책으로 출간한다 할지라도 실제 소용되는 교리는 별로 없을 것으로 압니다. 다만 녹음본 이전에 필기본을 책으로 출간하였다는 그 의미는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이러한데 이말출권사님의 필기본을 보관중인 교역자 몇 분은 상대적 상황에 맞물려서 내어놓지를 않으려고 하고 또한 그 상대편에서는 내어놓으라고 요청을 합니다. 그래도 안내어 놓으니까 거의 물리적 여론몰이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습니다.
싸움에는 서로 간에 피해가 있게 마련입니다. 피해를 입더라도 싸워서 전리품이 대단하다면 그 싸움의 댓가는 됩니다. 그러나 싸워서 집안은 다 망가지고 마는데 그에 대한 소득은 별로 없다면 싸워서 결국 손실이 더 많아졌습니다. 사람이 싸우고 싶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더러워서 피해버리고 또한 싸워서 머리에 박이 깨질 정도로 싸워봐야 그에 대한 투쟁의 댓가가 별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으면 안 싸우고 말아버립니다.
이말출권사님 필기본 싸워서 취득해봐야 그 분량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녹음본으로 치면 몇 권 밖에 안 되는 분량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필기본이 출간본으로 나온다 할지라도 녹음본 만큼 요긴하게 활용하지도 않을 것이라 봅니다.
우리 진영이 녹음본 설교록만 해도 10년치 5,000 설교로서 그 출간된 책의 권수가 백 수십 권이 되는데 필기본 몇 권 분량이 없어서 우리의 신앙노선을 이어가지 못하거나 보수하지 못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녹음본 백 수십 권의 책이 있어도 백영희목사님의 신앙노선을 불과 일이십년 만에 흐려지고 있는데 필기본이 도대체 뭐가 그리 중요한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또한 전리품이 그렇게 중요하지도 많지도 않은데 인명손실을 가지면서 까지 투쟁을 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녹음본이라면 몰라도 필기본을 가지고 전쟁터 상황을 공개해 버리면 그 영향으로 받는 대외적 손실과 대내적 손실은 치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재언 드리지만 중요한 설교와 꼭 필요한 설교는 녹음본 10년 분치 5,000 설교 안에 다 들어 있습니다.
인적 물적 자원을 들여서 싸움을 하여 그 결과를 얻은 것이 '겨우 이것이야!' 이렇게 되어버리면 그 다음 일 할 때에 신의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그것 또한 우리 진영으로서는 막대한 손실입니다. 귀하게 세워 놓으신 목회자 여러분!
그렇기에 이 정도에서 그만하고 필기본 자료를 내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정도에서 공개 투쟁을 그만했으면 합니다. 계속해서 끝까지 나가면 결국 양쪽 다 손해가 있고 그 손해는 우리 진영 전체 손해입니다. 손해되는 일을 뭣 때문에 하겠습니까! 감정도 누그리고 고집도 누그리고 주님 앞에서 해결하면 좋겠습니다. 자료를 내어 놓지 않는 명분을 아무도 호응 할 자가 없습니다. 그리고 강압적 요구도 그리 호응 할 자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할 일이 많은 때에 건설적 수고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동안의 수고는 주님께서 아시고 우리들 모두가 잘 압니다. 우리의 할 일이 주님 앞에 설 때 까지 끝도 없을 줄 압니다. 마음은 바쁘신 줄 알지만 주님의 뜻을 찾아가며 일하는 그 덕도 우리에게 등불이 됩니다. 제 일이 아니니까 그런 소리한다 하시면 그리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