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신천지 포교방법이 기가 막혀…
▪한국교회 피해 급증 2012.07.15 22:06      


[미션라이프] 아들 둘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던 L씨(44)의 아내는 신천지를 접한 뒤 최근 가출했다. 아내는 남편 모르게 신천지 신도들과 함께 한자공부와 QT 모임, 성경공부를 해왔다. L씨는 아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토론하고 설득도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아내는 신천지의 교주 이만희씨가 있는 한 돌아오지 않겠다고 고집했다.

#예장 합동 교단의 인천 A교회는 500명의 교인 중 200여명이 신천지로 빠져나갔다. 교회에 몰래 침투한 신천지 ‘추수꾼’들이 교인들을 수년간 치밀하게 포섭했다. 담임목사는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이단상담 등을 통해 잘못된 신앙을 바로 깨우쳐 주려 했지만 한번 신천지에 빠진 교인들은 막무가내였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시온기독교신학원, 대표 이만희)로 인한 한국교회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교계 상담센터에는 가족이나 성도가 신천지를 접한 뒤 가출, 학업 중단, 신용 불량, 이혼에까지 이르렀다는 피해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신천지나 이만희는 철저히 신분을 숨긴 채 접근하고 신학원 등의 이름도 수시로 바꾼다. 교회나 선교단체에는 신천지의 이른바 ‘추수꾼’들이 위장 침투해 성도들을 유혹한다. 각별히 경계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단·사이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신천지의 교묘한 포교수법과 이에 대한 대처방법을 알아본다.

신천지의 포교수법은 포교 지침서만 200여쪽에 달할 정도로 치밀하고 조직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대형서점의 기독서적 코너,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 심지어 패스트푸드점까지 포교에 활용한다.

신천지는 여러 종류의 설문지를 만들어 포교 대상자가 자연스레 인적 사항을 적게 하거나 장소별로 접근하기 쉬운 상황을 연출하는 수법을 주로 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스피치 학원생인데 모르는 사람과 말하기 연습을 하고 싶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는 게 그 예다. 대화를 통해 포교 대상자의 종교, 취미, 이메일, 전화번호 등 상세한 인적 사항을 알아 낸 뒤 더 가까이 다가간다.

신천지의 포교 활동은 교회 내에서도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성교회에 잠입해 성도들과 친분을 쌓은 뒤 “좋은 성경공부가 있다”며 신천지 모임으로 끌어들인다. 정통 교단에 속하는 교회를 아예 통째로 신천지 교회로 바꾸는 대담한 수법도 동원한다. 신천지에서 ‘산옮기기’라고 부르는 이 수법은 주로 작은 교회를 표적으로 삼아 신천지 신도가 ‘심방전도사’ 등으로 위장해 들어가 서서히 신천지 신도들을 늘리고 이들로 교회를 장악한 뒤 장로들을 설득해 담임목사를 쫓아내는 것이다.

최근 등장한 포교수법은 심리상담을 빙자하는 것이다. 주로 청년,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심리검사 및 상담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며 인적 사항과 개인성향을 파악한 뒤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대학가도 집중 포교대상이다. 주로 대학생 및 청년들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이용해 덫을 놓는다. 대학 동아리를 통해 접근하는 수법도 흔하다.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속이고 기독교 동아리에 가입한 뒤 선후배, 동기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성실하고 착한 이미지를 쌓는다. 기독교 동아리의 특성상 성경공부가 자연스럽고 같은 동아리 선후배와 동기들의 소개는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에 미혹되기 쉽다. 기독교 동아리 학생들은 내부에 신천지 신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학 신입생이 동아리에 가입할 때는 신천지에서 만든 위장 동아리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대학 내 기독학생연합회 등에 가입했는지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기독교학생연합회에서 건전한 기독교 동아리, 이단단체 관련 동아리 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천지는 최근 인터넷 동영상을 이용해 청년·대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을 이용해 “친구하자”고 접근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자주 이용하는 청년·대학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신천지는 또 현행 학원법을 무시한 채 위장 간판을 달고 비밀 교리교육센터를 운영하거나, 봉사단체라는 명목으로 ‘만남’ 등 수십개의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정치세력과 결탁해 권력을 키우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종교적를 뛰어넘어 사회 정치 영역에서도 힘을 키우고 있다.

신천지교육장을 지낸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신현욱 소장은 “신천지로 인한 제반 문제들을 더 이상 단순한 종교 문제나 기독교 내의 분쟁, 갈등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사회적·국가적인 중대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약칭이다. 교주 이만희는 1931년생으로 27세에 지병을 고쳐 보려고 당시 생수교리로 발흥하던 박태선 전도관(신앙촌)에 몸을 담은 것이 계기가 돼 전도관에서 10여년, 과천의 소위 ‘어린 종 유재열의 장막성전’에서 2년여, 목영득과 백만봉 등 재림주를 자칭하는 집단들을 따라 전전했다. 여러 선배 교주들에게 배운 이단 사설들을 모방하고 짜깁기 해 1980년에 신천지를 창립했다. 1984년을 신천지 원년으로 삼아 올해는 신천지 29년으로 부르고 있다.

신천지 교리에 따르면 교주 이만희는 곧 보혜사다. ‘우리에게만 구원이 있다’ ‘예수 재림은 우리 단체에서 이뤄진다’는 등 극단적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조건부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며 교주 이만희를 구원자로 믿고 신도 14만 4000명이 모이면 육체가 죽지 않고 이 땅에서 영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예장 합동에서 1995년 신천지 이만희 사상을 ‘일고의 신학적, 신앙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규정했으며 예장 통합(1995), 예장 고신(2005), 예장 합신(2003), 기성(1999) 등의 교단에서도 각각 ‘이단’으로 규정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