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역개정 성경, 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가

왜곡, 잘못 번역된 곳 무려 800개 넘어

  선지자선교회

20080924() 11:22:53 박성진, 김정인 기자

 

새롭게 출간돼 대부분의 한국교회와 교인들에게 읽히고 있는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한국교회와 함께 동고동락해 온 개역한글판을 대신해 새롭게 선보이는 개역개정판에 무슨 문제가 있기에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지 신앙인으로서 한번쯤은 짚어봐야 한다.

이에 본지는 대한성서공회가 한국교회에 보급 중에 있는 개역개정판의 문제점과 수반되고 있는 현황들을 살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끊이지 않는 번역 오류

 

1998년에 출판한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은 오늘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려운 고어와 한자어를 쉬운 말로 바꾸고, 현대어법에 맞도록 맞춤법도 교정했다. 하지만 개역개정판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들이 발견되면서 도리어 교회를 이끌고 있는 목회자들부터 거센 저항을 받기도 했다.

특히, ‘성경 개역개정판에 대해 말한다의 저자 강원주(예장통합총회) 목사는 이번 달 초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98년도에 발행된 개역개정판 번역의 문제점들을 일일이 지목하며 총회차원에서 보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는 개역개정판은 성경 원문에 충실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왜곡하여 잘못 번역한 곳이 8백여개나 된다며 이는 빠른 시일 내에 시정돼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역개정판 성경은 단어나 문장에서의 오류가 만여 곳이나 발견되고 있다며, 성경 번역 출판을 책임지고 있는 대한성서공회의 신뢰성과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당시 공회 개정감수위원회 서기였던 김중은(장신대 총장), 도한호(침신대 총장) 교수와 개정감수위원회에서 지대한 역할을 담당한 나채운(장신대 대학원장) 목사 등이 시간에 쫓겨 작업하느라개역개정판의 원문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것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밝혀 충격을 더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달에 열리는 예장통합총회와 합동총회에 개역개정판의 사용과 보급을 중지하는 헌의안이 상정되어 있음을 밝혔다. 헌의안을 제출한 교단의 노회들은 같은 단어의 일관성 없는 번역으로 인한 통일성 혼란, 문법적 오류, 원문 왜곡, 누락과 첨가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총회대위원(목사, 장로)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개역개정판에 대한 번역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초판을 발행할 때부터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107개의 보수교단들이 개역한글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방침 아래 한국성경공회를 창립하고 1952년 개역한글판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 신구약성경으로 출판하기에 이른다.

한국성경공회는 199917개 복음주의적 신학대학에서 43명의 교수들이 번역위원회를 구성해 번역작업에 착수하여 지난해 초 하나님의 말씀 바른성경이라는 (번역)성경을 내놓는 등 교계 내에서 개역개정판에 대한 불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교계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개역개정판 번역 오류 문제에 대해 대한성서공회는 개역개정판 성경은 18개 교단에서 검토한 끝에 번역이 이뤄졌다며 불신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한 듯 기독교계 내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의견 수렴 후 오류가 사실로 밝혀지면 수정할 뜻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덧붙여 성경번역은 히브리어나 헬라어가 아닌 제3의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시대적 환경을 고려하기 때문에 완벽한 번역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혀 이번과 같은 상황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애매한 변명으로 성서공회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더했다.

 

개역개정 보급 미비

 

개역개정판 성경은 구체적으로 10년 이상의 작업과 5년 이상의 감수 및 토론을 거쳤고 특히 1993년부터 각 교단에서 파견한 성서학자·신학자·목회자·국어학자들로 구성된 성경전서 개역한글판 개정감수위원회가 4년 동안 150여회의 독회와 토론을 거쳐 출간했다.

이렇게 공을 들인 개역개정판의 번역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자 교계 지도자들은 성경의 내용이 왜곡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개정판과 한글판이 신학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나타낼 때 목회자와 성도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잘못된 번역을 바로잡은 부분에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성경지식이 완전히 뒤엎어질 때는 성도들의 신앙관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교단들의 결정과는 무관하게 개 교회들의 개정판 교체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교단의 결정이니 대형교회 위주로 교체가 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교회는 개역한글판을 쓰고 있다. 기존 개역한글판에 익숙한 목회자와 성도들이 쉽게 다른 성경을 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배동에서 기독교서점을 운영하는 K 장로는 현재 출판사들이 개역개정판 성경책을 보내고 있어 개역한글판은 팔다 남은 것뿐이라며 (개역한글)성경책을 찾는 성도들은 종류가 다양하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성경책을 개역개정판으로 안 바꾼 교회도 많다성경 교체가 원활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성도들의 경제적 부담도 있다고 밝혔다.

 

개역개정판의 보급이 원활하지 못하고, 교회별, 교인별 활용과 소지 유무는 자칫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비근한 예로 예배 시 앞에서 인도하는 목사와 교인들이 보고 있는 성경책이 동일한지에 대한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제때 개정판을 보급 받지 못한 교인들과의 괴리감 혹은 문맥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배 외에도 교회 내 QT모임이나 교계 행사에 있어서도 위와 동일한 문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은 한국교회 연합사역에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끼칠 수 있지만 더 나아가 하나 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과 상충되는 일인 것이다.

 

성경전서 번역의 역사

 

사해사본이 담겨 있던 항아리(쿰란 동굴 발견)

 

성경 각권의 번역이 아닌 전서 번역출판의 역사를 살펴보면, 영국성서공회 한국지부(대한성서공회의 기원)1938년에 셩경젼셔 개역이라는 최초의 완성된 개역성서를 발간하면서 시작된다.

1947년 문교부로부터 재단법인으로 인가 받은 대한성서공회가 1952년 전쟁이라는 참화 속에서도 성경전서 개역 한글판을 출판한다. 개역한글판은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따라 표기를 고쳐 출판한 첫 판으로 한글판이라는 이름이 처음 사용됐다.

 

이어 1961년에 나온 성경전서 개역 한글판1956년에 편집된 것으로 개역 최종판이 된다.

 

이어서 출판된 것이 1998년에 나온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이다. 개역개정판은 이해가 어려운 고어와 한자어를 현대인이 사용하는 언어로 순화하는 과정에서 수백 곳에 달하는 오류(왜곡)와 허점을 드러내 성경번역의 오명을 얻게 된다.

 

성경 가감해서는 안돼

 

개역개정판 성경 번역의 문제점 중 하나를 살펴보면, 요한계시록 13절의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들과지키는 자들이 복이 있나니(개역한글)”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와지키는 자는 복이 있나니(개역개정)”로 번역한다.

이는 복수와 단수의 의미를 넘어 해석상의 의미마저도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신학자들로부터 개악수준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성경은 원문이 사라졌기에 필사본을 다시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 시대에 맞는 성경 번역본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성경은 일점일획도 변궤치 않고 다 이루어진다는 말씀과 이 성경 말씀에 다른 것을 더하거나 빼는 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5:18, 22:18~19)는 하나님의 경고의 메시지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성경의 원문에 가깝게 번역하려는 노력과 열정은 필요하되 하나님의 뜻과 생각을 빗겨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는 하나님의 뜻을 변개하고 대적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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