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1 03:20
마틴 루터는 비대면 예배를 말하는가? Yes or No
코람데오닷컴 | 입력 2020.08.30 07:16| 수정 2020.08.30 08:09|
▲ 글쓴이 강희연: 강희현 강도사는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공부한다. 역사 속에 개혁주의 교회 모델들을 연구하고, 원리적이며 세상에 호소력 있는 교회를 세우는 데에 관심이 많다. 현재 부천에 있는 참사랑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
| “치명적인 전염병에서 도망가야 하는가?”
1. 서론: 시대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자!
흑사병이 만개하던 16세기, 마틴 루터는 “치명적인 전염병에서 도망가야 하는가?”(Whether One May Flee from a Deadly Plague?)라는 짧은 편지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 제목을 보면, 우리는 오늘날 “코로나 전염병에서 도망가야 하는가?”의 답을 얻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루터가 이 편지를 쓴 16세기와 오늘날의 시대적 정황을 분명하게 분별할 필요가 있다. 즉 16세기 흑사병은 치사율 95%에 육박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는 점, 또 이 병이 유럽의 1/3을 죽음으로 몰아갔고, 치료할만한 의학적 능력이 없었던 시대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 고려할 때, 루터가 말하는 “도망”(Flee)이 우리가 생각하는 “밀집된 장소의 도피”를 뜻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건 말 그대로 도망이다! 쉽게 말해, 자신이 속한 나라와 지역, 마을을 모두 떠나, 사람이 없는 곳으로 잠적하는 이런 형태의 “도망”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편지에서 루터의 취지는 이러한 도망을 지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적 정황의 차이를 고려하여, 본 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Martin Luther
2. 루터의 “치명적인 전염병에서 도망가야 하는가?”(1527)
오늘날 소위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이 있다. 달리 말해 “한 나무”만 보고 “전체 숲”을 판단하는 오류이다. 사실 이 글은 편지 형식이라는 점 때문에 “한 문단”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이 편지는 사실 20쪽에 육박하는 적지 않은 분량이다. 또한 이 편지는 “전염병의 도망”에 대한 루터의 대답이 “YES”도 있고, “NO”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루터의 이 편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며, 루터의 의도를 차근차근 파악할 필요가 있다.
1) 전염병으로부터 “도망”이 “Yes”인 경우
① 믿음이 약한 자들
이 편지의 전반부에서 루터는 믿음이 연약한 자의 “도망”을 비난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왜냐하면 “신자 중에는 강자가 적고 약자가 많다는 것이 대체로 사실이기 때문”이다.1) 하지만 루터는 강한 믿음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자들을 크게 칭찬한다. 루터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데 “그들은 좋은 명분, 즉 하나님에 대한 강한 믿음을 지지하며, 모든 신자가 강하고 확고한 신앙을 지키기를 원하기 때문에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2) 따라서 루터의 이 편지에서 의도는
② 불필요한 장소와 불필요한 만남
루터는 분명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라고 권고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데, “나는 내 존재가 오염되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고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내가 필요하지 않은 장소와 사람을 피해야 한다.”3) 그런데 이것도 “악마의 편집”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하라! 여기서 루터는 “내가 필요하지 않은 장소”를 피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인다. “그러나 이웃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장소나 사람을 피하지 않고, 위에서 말한 대로 자유롭게 갈 것이다. 보라, 이것은 경솔하지도 않고 어리석지도 않으며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그런 신앙이다.”4)
2) 전염병에서 “도망”이 “No”인 경우
① 국가 공직자와 목회자
이건 필자가 서론에서 언급한 “도망”의 이해와 관련이 있다. 쉽게 말해, 국가 공직자나 목회자가 자신의 직무를 포기하고 도망갈 경우, “사회적 혼란”, 또 남겨진 병자와 성도들이 말씀과 성례와 같은 방편들을 통한 은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루터는 목회자들에게 아주 강하게 권고한다. “설교자나 목회자와 같은 영적 사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마찬가지로 죽음의 위험 앞에 변함없이 머물러야 한다.”5)
② 이웃에 대한 “의무”가 있는 자들
이 편지의 전체적 내용에서 도망이 허용되지 않는 대상들은 모두 “의무”와 관련이 크다. 이것은 역시 (모든 걸 내던지고 잠적하는) “도망”의 의미라는 걸,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루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아가 된 아동의 경우 보호자나 가까운 친구가 함께 지내거나 아픈 친구의 다른 간호를 부지런히 주선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 그들 대신 병자를 돌보고 간호해 줄 다른 사람이 없는 한 아무도 감히 이웃을 떠나서는 안 된다.”6)
최근 SNS에 돌며 예배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마틴 루터의 글귀 클릭하면 확대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3) 루터의 결론: 세 가지 지침
루터의 이 편지는 전체적으로 “도망”에 초점이 있어서 오늘날 “대면 예배”의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답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편지의 결론에서 그가 강조하는 세 가지 아래의 지침은 힌트를 제공한다.
첫째, 백성들에게 교회에 출석하여 설교를 듣도록 훈계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살아가는 법과 죽는 법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둘째, 모두가 적절한 시기에 죄를 고백하러 와서 매주나 보름에 한 번씩 성찬을 받아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 병자가 목사의 심방을 원한다면, 미리 전갈을 보내어 병자가 환자를 압도하기 전,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부르고 일찍 그렇게 하도록 하라.7)
심지어 루터는 이 일이 “설교단에서 구두로 해왔으며, 지금도 매일 목사로 불려온 사역자들이 이행하고 있다.”8)라고 말한다
3. 결론
그러므로, 루터의 이 편지를 오늘날 코로나 사태를 맞이한 교회에 적절히 적용하려면 다음과 같은 당대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16세기 흑사병의 엄청난 치사율(95%)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환자들(유럽인구의 1/3),
둘째는 오늘날과 다르게 “비대면 예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루터가 결론부에서 “말씀, 성례, 심방”을 강조하는데, 이는 엄청난 치사율의 흑사병 상황에서 “대면”으로 이루어진 목회적 사역임을 놓쳐선 안 된다. 물론 16세기 상황에서는 비대면 예배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연 루터의 이 편지가 “비대면 예배”를 지지하는 근거 자료가 사용될 수 있는가?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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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rtin Luther, Martin Luther’s Basic Theological Writings, eds. William R. Russell and Timothy F. Lull, Third Edition., (Minneapolis, MN: Fortress Press, 2012), 476.
2) ibid.
3) Martin Luther, Martin Luther’s Basic Theological Writings, eds. William R. Russell and Timothy F. Lull, Third Edition., (Minneapolis, MN: Fortress Press, 2012), 494.
4) ibid.
5) Martin Luther, Martin Luther’s Basic Theological Writings, 476.
6) Martin Luther, Martin Luther’s Basic Theological Writings, 476.
7) Martin Luther, Martin Luther’s Basic Theological Writings, 484-485.
8) Martin Luther, Martin Luther’s Basic Theological Writings, 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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