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병원 설립의 주역 세브란스주는 기쁨이 더 큽니다

  선지자선교회

에비슨의 1900년 뉴욕 카네기홀 강연 들은 석유왕 세브란스 1만불 쾌척, 세브란스 병원의 뿌리 돼

 

국민일보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입력 : 2018-09-24 06:00

 

세브란스 병원 설립의 주역 ‘세브란스’ 1.jpg  

루이스 H 세브란스(왼쪽)1907년 완공된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 회화작품은 재미화가 김건배 화백이 연세의대 의사학과의 고증과 사료 수집, 국내외 답사를 바탕으로 완성했다.

1900421일부터 한 달 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세계 에큐메니컬 선교사대회 중 한 선교사가 무대에 올랐다. 캐나다인 의사로 조선에서 사역 중이던 올리버 에비슨(1860~1956)이었다. 수많은 선교사와 미국 교회 지도자교인들 앞에 선 그는 잠시 청중을 둘러본 뒤 선교보고를 시작했다. 말이 선교보고지 그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은 절절한 호소에 가까웠다.

 

1893년 내한한 그는 조선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었다. 1885년 개원한 제중원은 1884년 발생한 갑신정변 당시 미국 북장로회 의료선교사 알렌이 우정국사건 현장에서 중상을 입은 민영익을 살린 뒤 서양의술의 탁월함을 인정받아 세워진 병원이다. 하지만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대대적인 투자가 절실해졌다. 에비슨은 제중원의 이야기를 꺼냈다.

 

제중원의 지금 시설로는 밀려드는 환자를 다 볼 수 없습니다. 하루에 260명의 환자를 본 일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안정적으로 40명 이상의 환자를 수용할 병원이 필요합니다. 조선은 선교사들이 활동하기에 제약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의료선교만큼은 제재가 없습니다. 복음 실은 의술을 펼치려면 우선 제대로 된 병원이

 

보고가 마무리 됐다. 현장에선 큰 박수가 나왔다. 뜨거운 반응이었지만 에비슨에게 당장 필요한 건 병원을 짓는데 필요한 기금이었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카네기홀을 둘러봤다. 그 순간 백발의 신사가 무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정확히 에비슨을 향하는 걸음이었다. 노신사는 루이스 H 세브란스(1838~1913)였다. D 록펠러와 함께 석유회사 스탠더드 오일을 설립한 대주주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석유왕중 한명이었다.

 

조선이라는 나라의 아픔에 대해 잘 들었습니다. 병원이 필요하시다고요. 마침 선교지 어딘가에 병원을 짓기 위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의 한 교회 장로이기도 했던 세브란스는 늦은 시간까지 에비슨 선교사와 제중원 증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얼마 뒤 1만 달러를 전달했다. 거듭 감사인사를 전하는 에비슨에게 세브란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훨씬 더 큽니다”.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인 비주얼 캐피털리즘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001달러의 가치는 유명 브랜드 신발 한 켤레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유명 브랜드 신발의 가격을 20만원이라고 할 경우 당시 1만 달러는 현재 20억 원과 맞먹는 가치로 볼 수 있다.

 

세브란스가 기탁한 기금은 제중원에겐 단비와도 같았다. 현재 남대문 세브란스빌딩이 있는 서울 중구 통일로 부지가 새 병원이 세워질 자리로 낙점됐다. 부지 구입에 필요했던 5000달러도 세브란스가 헌금했다. 공사는 1902년 시작됐다. 1904923일 지상 2층 지하 1층의 서양식 병원이 완공됐다. 병원의 이름은 세브란스로 지어졌다. 세브란스는 이후에도 의대 건립을 위해 추가로 3만 달러를 헌금했다. 그야말로 전폭적인 투자를 한 셈이었다.

 

 세브란스 병원 설립의 주역 ‘세브란스’ 2.jpg

루이스 H 세브란스의 초상화

 

1913년 세상을 떠난 세브란스는 자식들에게도 이런 유언을 남겼다. “재산을 쌓아두지 말아라. 반드시 필요한 곳에 정성을 다해 나눠줘야 한다”. 유지에 따라 아들 존 세브란스도 1936년까지 세브란스병원에 124500 달러를 기부했다. 이런 사실도 시간이 지나서야 알려졌다. 세브란스의 후손들이 병원을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금도 미국북장로교(PCUSA)를 통해 전달했다. 병원도 미국의 교단이 후원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기금의 규모가 너무 컸다. 기금의 뿌리를 추적한 병원은 그 끝에서 세브란스 가문을 만났다.

 

세브란스는 주는 기쁨이 받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말을 남겼다. 자신의 공을 세우거나 이름을 알리기보다 주는 기쁨을 누린 것이었다.

 

주는 기쁨이 더욱 크다는 발언은 세브란스병원이 지향하는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주는 것에서 얻는 기쁨, 바로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지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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