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에 바란다 / 오세택 목사

2008.12.30 01:58

김반석 조회 수: 추천:

■ 총회에 바란다 / 오세택 목사
선지자선교회
[기독교보 2006-09-13]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리를 듣는 총회가 되었으면…

아주 오래 전 신학교에 다닐 때 후배의 권유로 고 백영희 목사님이 소속된 교단의 총회에 참석했다가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전회의록 낭독이 마치 성경의 한 부분을 읽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분명 어떤 사안들을 다루었을텐데 마치 부흥사경회를 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의장이 상정된 안건을 말하자 온 회중은 아무 말이 없이 한 동안 잠잠했다. 이윽고 한 사람이 “의장”하고 발언권을 요청했다. 의장이 발언권을 주자 “나는 마태복음 몇 장 몇 절에 의거해서 이 사안을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라고 발언했다. 다시 온 회중에 잠잠했다. 잠시 후 다른 사람이 발언권을 요청했고, 그 사람 역시  “나는 로마서 몇 장 몇 절에 의거해서 이 사안을 이렇게 봅니다.”라고 발언했다. 다시 회중은 말이 없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그 침묵은 더 이상 침묵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임재를 온 회중에 함께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하나님 앞에 잠잠한다는 뜻이 무엇인지 잘 말해주고 있는 침묵이었다. 잠시 후 다른 사람이 다시 의장에게 발언권을 얻어 “나는 이사야 몇 장 몇 절에 의거해서 이 사안을 이렇게 정리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회중은 침묵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침묵은 이 사안을 놓고 발언한 세 사람의 말, 성경말씀을 종합하는 시간처럼 보였다. 드디어 의장이 “더 이상 발언하실 분이 안 계시는 줄 알고 가부를 묻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온 회중에 가하기로 결정하고 그 사안은 끝이 났다. 이 때 받은 충격은 회의를 통해서도 천국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의례 회의라고 하면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고 자신의 의사를 관찰시키기 위해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들의 총회는 마치 죽어있고 관념적인 사안을 온 교단의 목사들이 모여 하나님의 말씀으로 뼈를 맞추고 힘줄을 잇고 살을 입히고 피부를 씌워서 살아 있는 생명체로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하나님은 지역교회의 성도들과 교단 총회의 총대들을 통해서 천국이 이 땅에 임하도록 하셨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으로 모여서 얼굴과 얼굴을 맞대며 대화를 통해서 보다 더 온전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것이 교회에 주신 비밀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총회를 마치고 나면 정적이 생기고 더 큰 아픔과 갈등이 생긴다. 문제는 다름이 아니다. 인간의 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총회를 통해 천국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리를 듣는 총회가 되어야 한다.

부디 이번 총회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 온 총대가 침묵하며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상정되지 말았으면 한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조정을 받고 조명될 수 있는 사안만 상정되고 그 사안을 놓고 온 총대들이 잠잠히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한다. 그래서 혹시 총회에 참석한 방청객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보고 큰 소망을 품는 총회가 되었으면 한다.


오세택 목사 / 두레교회 담임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