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로우크릭교회와 빌 하이벨스 목사
선지자선교회
미국 시카고에 있는 '윌로우크릭교회'와 빌 하이벨스 목사는 교회 성장을 꿈꾸는 전 세계 개신교 목사들의 우상이다. 수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이 교회를 방문하거나 윌로우크릭협회에 가입해서 목회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빌 하이벨스 목사가 쓴 책들은 마치 출판계의 불황을 비웃는 것처럼 서점에 나오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조엘 오스틴 목사라는 '종교 연예인'이 최근 급부상하면서 레이크우드교회가 교인 숫자로는 1위에 올랐지만, 교회의 영향력으로는 윌로우크릭교회를 따라 갈 수가 없다.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이 교회가 얼마 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폭탄선언을 했다. 우선 빌 하이벨스 목사가 먼저 깜짝 놀랐다. 천지가 진동하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들은 많은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그러나 한국 교회 목사들이 깜짝 놀랐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윌로우크릭교회는 이 교회의 지난 32년 사역의 중심이 되는 철학과 그것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수년간 연구한 결과를 책으로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았다. 책 제목은 <계시: 당신은 어디에?(Reveal: Where Are You?)>.
이 책은 이 교회의 핵심 사역자인 그렉 허킨스와 콜리 파킨슨이 집필했다. 윌로우크릭 연합체에 속해 있는 여섯 교회와 함께 작업을 벌여,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3년간 조사하고, 120명을 일대일로 면담하고, 영적 변화와 인간 개발에 관한 책을 100권 넘게 읽은 다음 그 결과를 담은, 일종의 보고서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뭔가 잘못됐다, 우리가 실수했다"고 결론 내렸다. 저자들의 결론에 빌 하이벨스 목사도 동의했다. 그들은 "숫자로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를 만드는 일에는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이들이 발견한 핵심적인 문제는, 교회에 수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교인들로 하여금 영적인 활동을 하도록 이끌었지만, 그것이 영적인 성숙함을 보장해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 교회는 그동안 교인들의 영적 성숙을 위해 예배·성경공부·소그룹·자원봉사·전도 등 엄청나게 많은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거기에 막대한 돈도 쏟아 부었다. 교인들은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했고 교회는 날로 부흥했다. 하지만 교인들이 하나님과 이웃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가, 내적으로 제대로 여물어가고 있는가 물으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던 사역의 결과가 겉으로는 '성공'이지만 속으로는 '실패'일 수밖에 없다.
예수님도 열 두 명의 제자밖에 못 만드셨고, 그중에 끝까지 속을 썩인 제자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예수님도 아니면서, 예수의 제자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수 천 수 만 명이 모여드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 '기독교사기꾼'이라고 자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저자들은 근본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린 그림을 지우개로 지우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흰 종이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적당히 땜질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영감'을 얻어야 한다. 새로운 영감은 시대를 앞서는 안목, 탁월한 마케팅, 세련된 프로그램 같은 것이 아니다. 성경으로 돌아가서, 거기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 세상에. 그럼 지금까지의 사역, 수많은 프로그램들은 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란 말인가.
아무튼, 이들은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것을 자신들의 '꿈'(Dream)이라고 했다.
한국 교회의 반응은?
윌로우크릭 교회가 "잘못됐다, 실수했다"고 고백한 데 대해서 많은 사람이 놀라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 교회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넓이는 1마일인데 깊이는 1인치'라는 비아냥도 들어왔다.
사람들은 동시에 이렇게 고백한다는 것 자체에 놀라고 있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영향 때문에 자기 고백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자기 존재의 기반을 허무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동시에 거기에 기대었던 많은 사람의 기반도 무너뜨리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눈을 한국 교회로 돌려보자. 윌로우크릭 교회는 90년대 중반 온누리교회를 통해서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
'새들백교회의 한국 분점은 사랑의교회', '윌로우크릭교회의 한국 분점은 온누리교회'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을 정도로, 월로우크릭교회의 프로그램은 온누리교회를 통해서 삽시간에 한국 교회에 퍼져 나갔다. 온누리교회에 의하면, 윌로우크릭교회는 이 시대에 하나님이 찾으시는 '바로 그 교회'였다. 사도행전적인 '바로 그 교회'.
좀 세련되게 예수를 믿는다고 생각하는 사람 치고 월로우크릭교회나 빌 하이벨스 목사를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속으로는 교회 부흥을 꿈꾸면서도 겉으로는 차마 그렇게 말 못하고, 품위 있게 '구도자를 위하는 교회'라고 자기 교회를 선전하던 목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한, 지금까지의 모든 예배를 '전통 속에 갇힌 예배'로 치부하고, 자신들이 하는 예배야말로 '구도자를 향해 열린 예배'라고 선전하던 교회들이 얼마나 많은가.
'제자훈련에 목숨 걸었다'며 떠들고 다니지만 실상은 '이벤트에 목숨 건' 채 교회 덩치를 키우고, 문어발식 교세 확장을 하고 있는 한국의 목사들은 이 교회의 고백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래도 빌 하이벨스 목사는 30년 동안 구도자들을 되찾겠다고 하는,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변함없이 지켜왔다.
하지만 그 정신에는 관심이 없고 교회 성장의 수단으로 '구도자에 민감한 열린 예배', '은사 개발을 통한 섬김' 등의 프로그램만 열심히 베껴왔던 목사들은 뭐라고 응답할까.
정신이 중요했던 윌로우클릭교회 사람들은 '실패했다'고 얘기하지만, 결과가 중요했던 한국 교회 목사들은 지금도 여전히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윌로우크릭교회가 뿌리에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한국 교회 목사들은 별 고민 없이 또 그것을 부지런히 복사할 것이다. 그걸로 또 다시 교회를 더 크고 넓게 키울 수 있을 테니까.
오마이뉴스 김종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