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2 01:05
[코로나19와 세계선교] “일시철수 선교사, 임시숙소 필요하다”
기독신문 노충헌 기자 승인 2020.04.14 09:03
GMS, 500여 명 귀국 예상 … “국내 연고지 없는 경우 많아 교단적 대책 시급”
GMS 긴급대책 현황
코로나19 확산 상황 속에서 선교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2주간 머물 임시 격리숙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외 국민은 의무적으로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국내 생활을 정리하고 오랜 세월 타국에서 사역했던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국내에 마땅히 머물 곳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서 일부 교회들이 숙소 제공을 꺼리는 경향 마저 있어 사역 중단의 충격을 받고 귀국한 선교사들은 국내의 냉대라는 이중고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총회세계선교회(이사장:김정훈 목사)가 지난 4월 1일 코로나19 긴급대책상황팀을 조직한 이래,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4월 6일까지 국내로 철수한 총회 소속 선교사들은 선교사 자녀 19명을 포함해서 총 45명이다. 긴급한 상황이었지만 선교회는 대책상황팀을 중심으로 재빨리 대처해서 일부 선교사들을 월문리 선교센터에 머무르게 했고, 선교단체와 교단 산하 교회 기도원 등을 일일이 접촉해서 귀국 선교사들의 임시 거처를 모두 마련해 줬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2017년부터 선교회가 위기관리원(원장:김정한 선교사)을 운영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황팀은 4월 6일 현재 새롭게 귀국하겠다고 선교본부에 알려온 선교사들은 선교사 자녀를 포함해서 20여 명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숫자가 하루하루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총회세계선교회 소속 선교사들은 2579여 명에 이른다. 자녀들까지 계산하면 5000명을 훌쩍 넘긴다. 선교회는 전체 선교사 가운데 10%인 500여 명이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긴급대책상황팀 김정한 선교사는 “선교사들의 경우,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역했으므로 국내에 연고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공예배 중단 등 후원교회들의 사정도 어렵겠지만 후원교회와 교단 소속 교회들이 선교사들을 책임져 주지 않으면 선교사들은 갈 곳이 없다”고 협력을 부탁했다.
김정한 선교사는 최근 입국한 한 선교사의 사례를 설명했다. 아시아 A국 주재 선교사 가족은 사모가 발열증상을 보여 급거 귀국을 결정했다. 선교지에 머물까도 생각했으나 진단이나 치료를 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고 만약 병원에 입원한다고 하더라도 회복되기는커녕 병이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선교사의 철수 소식에 후원교회는 처음에 선뜻 자가격리시설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사모의 증세를 듣고는 결국 당회 차원에서 최종 거부했다. 선교사는 총회세계선교회에 수용을 요청했지만 본부에는 이미 여러 선교사들이 자가격리 중이었기에 이들을 수용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선교사는 선교사대로, 선교회는 선교회대로 비어있는 격리시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전화 연락을 시도했다. 지자체 방역당국에도 연락했지만 자국민을 책임져 줘야 할 당국도 난색을 표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시도와 거절 끝에 대책본부는 교단의 한 목회자에게서 게스트하우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 극적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새벽 4시에 인천에 도착한 선교사 가족은 수용시설을 찾았다고 통보받은 오후 1시까지 무려 7시간을 공항 대합실에서 떨어야 했다.
최근 귀국한 선교사 자녀의 경우도 임시격리시설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북미 지역에서 유학 중이었던 선교사 자녀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남미에 있는 부모에게 돌아가려고 했으나 해당 국가의 국경 봉쇄로 좌절을 맛봤다. 오갈 데 없어진 딸을 걱정한 부모는 총회세계선교회에 긴급 도움을 요청했고 선교사 자녀는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총회세계선교회는 선교사 자녀를 수용할 곳을 백방으로 알아봤고 결국 타 선교단체가 제공하는 격리시설에 겨우 입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해당 시설이 선교사들의 자가격리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몰려와 데모를 하는 바람에 한때 쫓겨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선교사들이 철수하지 말고 선교지를 사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여러 보도에서도 알려졌듯이 의료대응 시스템이 잘 가동되고 있는 한국과 달리 해외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진단을 하기도 힘들고 만약 감염될 경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국가가 부지기수다. 사역적으로는 예배, 전도, 양육 등의 모든 사역이 중단되었거나 멈춰서 있는 상태다. 두달 사이에 환율이 100원 가까이 상승한 상태이기 때문에 선교비도 대폭 삭감됐다. 비자 연장도 되지 않고 한창 진행되어야 할 단기선교도 중단됐다. 동양인에 대한 비하와 위협도 증가하고 있고 갈취, 강도, 폭행 등의 위협에도 노출되어 있다. 위험지역의 경우 귀국하지 않고 있다가 물리적인 해를 당하게 되면 제2, 제3의 피해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우려도 있다. 선교지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지금은 전략적으로 철수를 신중히 고려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총회세계선교회는 귀국 선교사들의 경우, 1인당 50만원 씩의 비상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선교사 1인당 자가격리 식비, 비품비, 긴급 구호물품 등에 소요되는 재정이다. 물론 숙소비용은 여기서 제외되어 있다. 선교회는 500명의 선교사 가족이 귀국할 것을 예상해서 2억5000만원의 비용 마련을 계획하고 전국교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26일 선교회가 전체 선교사를 위한 특별 재난구호 기금 전달 등에 필요하다고 밝힌 3억원과 별도의 금액이다.
총회세계선교회 이사장 김정훈 목사는 “선교회는 위기관리대응팀을 마련하여 선교사 철수에 대비하고 있지만 교단 산하 교회들의 적극적인 협력, 특히 14일간의 임시격리시설 제공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위기극복에 힘을 모아 총회 소속 선교사들이 교단을 믿고 더욱 힘을 내어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격리시설 제공 헌신 바랍니다"
총회세계선교회 코로나19 대책 상황실에서 본부 선교사들이 일하고 있다. 상황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선교사들의 상태를 수시로 살피고, 귀국 선교사가 생길 경우 임시 격리숙소 마련 등 각종 지원을 해 주고 있다.
부활주일을 맞아, 귀국 후 2주간 의무적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거주시설을 제공하며 ‘14일의 헌신’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귀국하는 선교사들은 여타 재외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점검을 받는다. 만일 확진 판정을 받는 이가 있다면 즉시 정부가 별도로 관리한다. 따라서 정부 관리를 받지 않고 공항에서 무사히 빠져 나오는 선교사와 가족들이 있다면 그들은 바이러스 증세가 발견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정부에서 규정하는 임시격리숙소의 조건은 1인 1실에 욕실이 구비된 곳이면 된다. 부부의 경우는 2인1실을 허용하기도 한다. 만일 선교사 자녀가 딸려 있다면 방의 개수가 더 필요할 것이다. 격리숙소로 사용할 수 없는 곳도 있다. 여러 사람과 함께 특정한 공간을 사용하는 구조(공동 식당이나 화장실)라면 안된다. 다세대 주택이나 공동 기숙사 같은 곳에 머무를 수 없다는 말이다. 밀집 주거지에서 떨어져 있는 곳이거나 단독주택이 바람직하다. 기도원 같은 곳도 좋다.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별도의 출구를 가지고 있는 거주 시설이어도 가능하다.
만일 교회에 이런 시설이 있다면 총회세계선교회 상황팀(코비드-19 긴급 대책상황팀)에 연락해 보자. 대책상황팀을 통해 숙소가 필요한 선교사를 연결받고 숙소 제공에 필요한 노하우를 들어보자. 선교사가 정해지면 교회 측에서 누군가는 선교사를 만나 숙소를 안내해 줘야 할 것이다. 이 첫 대면자는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선교사가 숙소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방안으로 들어가도록 지시만 하면 된다. 이후로 두 주간의 자가격리가 끝날 때까지 선교사들과 직접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숙소에 냉장고가 있고 기본적인 식재료를 넣어준 상태라면 더욱 좋다. 이후에는 선교사들이 식사를 배달하거나 식재료를 주문해서 음식을 차려먹을 수 있기에 교회가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만일 남자 선교사 자녀들을 맡아야 한다면 아침에는 시리얼이나 우유를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해 주고 나머지 끼니는 편의점이나 주변 식당에서 식사를 배달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면 된다.
총회세계선교회는 앞으로 선교사들의 철수가 증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의료 수준이 낮고 국민소득이 적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선교사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다행인 것은 재외 한국인 가운데 확진자의 비율은 극히 낮고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교회가 선교사를 위한 숙소 제공을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GMS 코비드-19 긴급 대책상황팀 연락처/김정한 선교사:010-7742-9182, 카카오톡 아이디:wedd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