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0 12:51
서예의 미학적 세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서론(書論)에 대한 천착이 우선되어야 한다. 중국에는 위진시대에 처음 서론이 등장하였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서론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채옹(蔡邕)의 〈구세(九勢)〉를 인용하여 보자.
서예는 자연에서 시작된다. 자연의 법칙이 이미 생겨 있으니, 음양이 생기고, 음양이 이미 생기니 형세가 나타난다. (夫書肇于自然, 自然旣立, 陰陽生焉. 陰陽旣生, 形勢出矣.)
서예가 자연의 법칙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였는데, 이는 자연을 모방한다는 점에서 그림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음양이 생겨난다는 것은, 서예가 자연의 외형만을 모방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변화도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그림이 각 물상의 기계적인 조립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체의 유기적 만남을 묘사하듯이, 서예 역시 점과 획의 동정(動靜)·강유(强柔)·허실(虛實) 등 상호 유기적인 관계와 변화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점에서 그림처럼 서예 역시 자연 이미지(natural image)로서의 예술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氣韻生動)'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1)'기운생동'은 대상의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내재미를 추구한다. 때문에 비록 화려한 색채나 수려한 수사가 없어도 대상 속에 작가의 개성적 특징이 저절로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기운생동'은 수식과 기교의 외부적 장치 속에 들어 있는 본질을 파악하는 미학이다.2)서예도 이와 같은 예술적 경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서예의 오묘한 도는 심미적 정신을 최상으로 하고, 외형미는 그 다음이다.(書之妙道, 神彩爲上, 形質次之.)"라고 말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서예는 문자 기록에 그치거나 단순히 먹물을 바르는 행위가 아니라, 그림의 선과 면처럼 점과 획 사이의 미묘한 변화와 율동을 통하여 균형의 미와 더 나아가 심미적 정신을 표현하는 예술적 행위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