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학의 역사는 장강(長江)의 물줄기처럼 장구하고, 문학적 성취는 장성(長城)처럼 웅장하다. 따라서 그 심장(深長)한 원류(源流)를 한 눈으로 파악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중국문학의 영역 속에서 활약하였던 수많은 작가와 작품을 통시적(通時的)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강구하였다. 중국문학사(中國文學史)는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선지자선교회
중국문학사를 읽으면 중국문학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중국문학사는 중국문학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있어 몇 가지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 몇 가지 문제점을 통하여 중국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도모해 보기로 하자.
첫째의 문제는, 현재의 중국문학은 근대적 시각에 의해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문학을 사적으로 정리하는 '문학사'의 기술은, 기실 고대와 중세에는 없었던 방법이고, 근대에 이르러 비로소 생겨난 것이다. 즉 현재의 중국문학사는 과거의 문학적 행위를 근대를 기준으로 개괄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문학사에서 고대와 중세의 문학적 행위는, 그 자체적인 가치보다는 근대문학으로 귀결되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문학사를 '근대문학'적 시각으로 파악한 결과는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중국문학사의 갈래를 파악할 때, 서구적 장르를 기준으로 서사(敍事), 서정(抒情), 희곡(戱曲)으로 나누려고 한다든지, 민간문학 내지 대중문학을 과대평가한다든지, 중국문학을 현대 백화문학으로 한정하려 한다든지, 중국문학이 한문(漢文), 당시(唐詩), 송사(宋詞), 원곡(元曲), 명청소설(明淸小說), 현당대문학(現當代文學) 등의 필연적인 발전법칙에 의해 전개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굴절된 근대를 극복하자는 시점에서 이제는 중국문학에 대한 잘못된 가치 부여를 재고해야 한다. 오히려 중세문화를 지탱했던 시문(詩文)에 대한 정당한 지위 부여와 재해석이 요구된다. 중국문학사를 관통하는 시문의 전통은 그 어떤 장르보다 항상 실세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로는, 현재의 중국문학사는 사적 기술 방법론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사인 『중국문학사(中國文學史)』(유국은(游國恩) 등 저, 인민문학출판사(人民文學出版社), 1963년)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문학사는 중국문학을 상고문학(上古文學), 진한문학(秦漢文學), 위진남북조문학(魏晉南北朝文學), 수당오대문학(隋唐五代文學), 송대문학(宋代文學), 원대문학(元代文學), 명대문학(明代文學), 청대문학(淸代文學), 근대문학(近代文學), 현당대문학(現當代文學)으로 구분하였다. 그런데 '상고문학', '근대문학', '현당대문학'은 문명사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그 외의 것은 왕조변천사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러한 애매한 기술 방법은 여타의 대부분의 문학사에도 대동소이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를 보면 중국문학사 기술의 일관적인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중국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위하여 중국문학사의 사적 기술방법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문제로는, 아예 문학사의 사적 기준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문학사 기술이 아니라, 문학가의 삶과 그들의 문학적 행위 사실을 그대로 나열하는 것으로, 마치 문학사 자료 장편을 보는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어,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는 누구누구이고, 그들의 생졸 연대는 언제이며, 그들의 작품은 어디에 실려 있고, 그들의 작품은 몇 편이며, 무슨 작품을 지었는지 등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만을 나열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중국문학사는 중국문학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돕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네 번째 문제로는, 중국문학사가 한족(漢族) 중심이며 기록문학(記錄文學) 중심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한족 외에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은 중국문학을 "중국인(한족(漢族)을 의미함)에 의하여 중국어로 창작되고, 무엇보다도 중국인에 의해 감상된 문학"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문학의 대가로 칭송 받고 있는 당나라의 이백(李白), 명(明)나라 때 이탁오(李卓吾) 등이 소수민족의 피가 섞인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그리고 서사시(敍事詩)와 신화(神話) 등 민간문학이 발달한 소수민족 문학이 중원문학에 끼친 영향을 어떻게 말해야 할 것인가? 또한 중국문학이 문자 기록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면, 민간에 떠돌던 구두문학(口頭文學) 및 민간문학(民間文學)을 중국문학 영역에서 제외시킬 것인가? 중국문학의 무대를 한족의 '중원(中原)' 중심으로 좁히려는 것은, 한족의 자기중심적 시각을 추수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러면 이상과 같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바람직한 문학사는 어떻게 기술되어야 하는가? 먼저 시대 구분의 문제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하나는 문학의 내적 법칙에 따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명사의 변천에 따른 구분이다.
첫째, 문학의 내적 법칙의 추이에 따라 구분한다면, 일본 사람 마에노 나오스기(前野直彬)의 기준이 제일 합당하다고 여긴다. 그는 중국문학사를 제5기로 나누어 제1기를 상고(上古)부터 한무제(漢武帝)까지(-기원전 140), 제2기를 한무제에서 당현종(唐玄宗代) 안사(安史)의 난(亂)까지(기원전 140-기원 755), 제3기를 안사의 난에서 북송(北宋)의 신종(神宗)까지(756-1086), 제4기를 북송의 철종에서부터 아편전쟁까지(1086-1840), 제5기는 아편전쟁에서 현대까지(1840-)로 서술하였다. 이 구분은 정확한 준거가 부족하지만, 문학 담당층의 변화를 중심으로 서술한 것으로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의미가 있다.
둘째, 문학사를 문명사의 변천에 따라 기술한다면, 고대문학(상고에서 진한(秦漢)까지), 중세문학(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에서 명대(明代) 중기까지), 근세문학(명대중기에서 아편전쟁까지), 현당대문학(아편전쟁에서 현재까지)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문학가의 세계관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이중 고대문학과 중세문학은 시문전통이 강세를 보인 기간이고, 근세문학과 현당대문학은 소설과 희곡 등 대중문학이 강세를 보인 시기로 크게 나누어진다.
다음으로는, 중국문학을 한족 중심에서 전 중국 민족의 문학사로 확대해야 하며, 문자 기록 중심에서 구두문학과 민간문학을 포괄하는 문학사로 시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